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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외로운 마음끼리

12월이다. 무언가 꼭 마무리를 지어 끝을 맺어야 한다는 의무감에 빨간색을 덧 입힌다. 무슨 끝을 그리면서 여기까지 왔을까. 딱히 바라는 모양새는 정해 놓지 않은 채 무심히 세월을 지나게 했다. 내 손안에 움켜잡아 놓고 영역을 표시하려는 발버둥은 당연히 없었다.   날마다 아침이면 배드민턴 라켓 달랑 들고 공원으로 향한다. 누구와도 관등성명 밝혀가며 인간 관계탑을 쌓을 일 없다. 간단한 인사 굳모닝 한 마디면 그 날 아침은 시작된다. 서로 희망하는 대진표에 이름표 걸어 팀이 형성되면 게임 한 판 뛰고 온화하게 능력대로, 게임을 이어 간다.     오늘은 우연히 끝 무렵까지 남게 되었다. 낯익은 여성 회원들과 햄버거 내기 게임을 하던 낯선 남자회원들을 따라 내기에 패한 회원의 턱을 곁다리로 얻어먹게 되었다. 우선 얼마 만에 먹어보는 햄버거인가? 근데 진짜 맛있다. 그들이 농담인지 진담인지 정겹게 나누는 대화에서, 나와는 분명한 세대 차이가 보인다.   재혼을 희망하는 남성 싱글들 선망의 대상은 돈 많은 여자. 나이도 상관없단다. 농담 속에 묻혀 있는 감추기 힘든 짠한 소망이다. 착한 심성, 살림 잘하는 여자, 젊고 예쁜 여자 등은 선호도에서 그림자조차도 사라진 조건들이란다. 물론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오늘 내가 본 연령층의 남자들이 대부분 선호하는 조건이라는 것을 여태껏 몰랐던 사실을 깨닫는다. 내게 해당 사항이 없음에 안도의 숨을 토한다. 어쩌냐? 이혼으로 싱글이 된 남녀 회원들의 소망 포인트가 하늘과 땅인 듯해서 안타깝다. 여성들은 여전히 꿈을 꾸는 듯, 착하고 내게 잘해주는 남자를 첫 조건으로 꼽는다. 돈 없는 자신들을 귀하게 받아 줄 남자를 찾는 거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그들의 현재 입장과 처지가 보인다. 뭔가 도움이 되어주면 좋겠는데 방법이 없다. 재혼할 생각 버리고 연애나 하면서, 외로운 마음들 서로 달래주며 살면 되겠지. 그것도 아니란다. 괜스레 연애랍시고 왜 엄한데 돈을 쓰겠냔다. 만나면 돈이 든다. 그렇담 각자 더치페이는 어떨까? 시간 버리고, 돈 버리고 결과는 뻔하다? 자신이 찾는 이상형을 만날 수 없는 현실이다. 외롭긴 해도 혼자가 편하단다.     연애도 결혼도 철없을 때 멋모르고 하는 거란 옛말이 맞는 모양이다. 나도 내 아이들이 아니니 마음 아파하며 맺어 주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이왕이면 싱글들끼리 잘 골라서 마음 맞춰가며 외로움을 견디면 좋겠다. 세상 사람 모두가 행복하게 살면 얼마나 살맛 나는 세상이 될까.   세상 외로움을 모르는 내가 사는 방법은 내 모든 것을 하늘 아버지께 올려드리고 원하는 것 있으면 징징대며 떼쓰기로 일관한다. 물론 다 들어주시는 건 아니지만 적절한 방법으로 응답은 주신다. 애초부터 내가 원하는 것은 하늘의 뜻에 합당할 리가 없지만, 기도를 통해 응답이 오는 모양을 기억해내며 점점 하늘 아버지가 원하시는 기도를 드리는 지혜를 습득한다.    외로운 마음들아, 서로를 알아보고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같은 마음을 찾아 짝이 되라고 아주 크게 응원하고 싶다. 노기제 / 전 통관사이 아침에 마음 하늘 아버지 여성 회원들 남녀 회원들

2023-12-04

[이 아침에] 그가 사는법

물놀이 가자는 소식이다. 이사벨라 레이크 근처 컨 리버에서 튜빙이란다. 우선 세 시간 정도 드라이브다. 카풀을 원하면 맞춰 줄 테니 이름을 올리라는 문구도 있다. ‘Meet Up’이라는 취미 활동 사이트에서 하고 싶은 활동 제목을 선택하고, 회비를 내고 자세한 정보를 받아 참가하면 된다. 어릴 때 한강에서 튜브를 타고 물놀이 하던 모습을 떠올리며 등록을 했다.     컨 리버를 끼고 가는 길이 꼬불꼬불 협곡으로 이어지는 절경이다. 한순간도 도로에서 눈을 뗄 수 없다. 커브가 신경질적이다. 살살 달래며 좌로 틀고, 어르며 우로 틀고, 핸들의 호흡이 가빠진다. 마음에 평안을 주는 임영웅 가수의 노래를 계속 듣는다. 혼자 하는 장거리 운전이 이렇게까지 편하고 즐거울 수가.   신나는 기분이 이어지며 캠프장에 도착해 낯선 회원들과 눈인사를 나눈다. 허걱. 나 잘못 왔나? 잠깐 내 나이를 잊었던 모양이다. 눈에 들어오는 손자뻘 될 듯한 앳된 아이들 모습에 가슴을 스치는 희열. 아름다운 젊음이다. 맞아. 내가 너희들 나이 때는 먹고 사는 일에 치여 살았거든. 체력도 지금처럼 믿음직스럽지도 못했지. 한번 같이 놀아볼까나.   바다에서 수상스키도 탔던 체력인데 이깟 튜빙이야 껌이지. 강물에 파도도 없으니 오히려 짜릿한 재미는 기대할 수 없다. 바람 넣은 준비된 튜브를 배급받고 40여 명이 차례로 튜브를 띄운다. 왁자지껄 젊음의 향연이 두 시간 남짓 강물 따라 힘차게 흐른다.   주최자 데이빗의 준비성에 놀랐다. 40여개 튜브를 혼자 처리한다. 바람 넣고 회원의 주문에 따라 크고 작은 튜브를 건넨다. 도우미가 없다. 전문적으로 튜브를 빌려주는 가게가 있는 줄 예상했는데 아니다.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청년이 40명분 캠핑 2박 3일 동안의 아침, 점심, 물까지 공급한다. 태양열을 이용한 더운물 샤워까지 오롯이 혼자 담당한다. 물놀이 후 튜브 정리하고 물통들 챙겨 차에 싣고 속도감 없이 차분하게 일에 빠진 무아지경이다.   회원들은 자유식 디너로 삼삼오오 취향대로 레스토랑 행이다. 안쓰러운 마음에 저녁이라도 먹이려고 기다렸다. 극구 사양하며 혼자 남아 정리하겠단다.     생각이 많아진다. 삶을 꾸리는 자세가 존경스럽다. 준비하고, 행하고, 뒷정리까지 며칠을 통해 손에 쥐는 수입이 얼마나 될까. 결코 큰 숫자가 아니다. 항상 온화한 미소로 느긋하지만 제 할 일을 진행한다. 예정된 시간이 늦어지는 실수투성이지만 아무도 불평을 안 한다.     이와 같은 데이빗이 가득 채워진 지구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한다. 더불어 나의 삶을 살짝 돌아본다. 내게 주어진 앞 생애를 어떻게 꾸며 갈 것인지 깊은 생각에 젖는다.     여지껏 그래왔듯이 별 뾰족한 계획이 없다. 그냥 하늘에 맡긴다. 때로는 생각이 닿지 않아 미처 올리지 못한 기도여도, 내게 꼭 필요한 것이라면, 어김없이 베풀어 주시는 내 하늘 아버지께 통째로 맡긴다. 그리곤 그가 하듯 차분하게 내 몫을 감당할 것이다. 노기제 / 통관사

2021-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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